신해철 데뷔 30주년 기념앨범 ‘Ghost Touch` Feel Blue(영화,음악)

마왕이 만들었건 아니건 일단 마왕의 타이틀이 붙어 있으니 사야 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어 결국 질렀습니다, 타이틀은 Ghost + Touch. 지옥을 호령하고 계실(천국에 계시겠으나 마왕께서 천국에 계시다면 왠지 각이 서지 않으니 이렇게 표현합니다.) 마왕의 영혼으로 만들었다... 뭐 제목은 폼이 나죠.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상은 1번 트랙에서 대략적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걸 그림 한 장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한 줄의 글로도 적어보죠.

"프로듀서 어떤 X야!"


지금까지 미공개된 보컬 데이터나 앨범이나 라이브에서 추출한 보컬을 사용하는 그 자체는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당연히 이에 대해 화를 낼 수는 없죠. 사실 미공개라도 마왕의 다른 보컬을 들을 수 있다는게 어디냐는 생각도 하니까요. 비록 완성도가 떨어지니까 정규 앨범에 안 들어갔겠으나 어쨌거나 다른 마왕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건 맞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보컬을 받쳐줘야 할 음악 자체가 격렬한 분노를 일으킵니다. N.EX.T 4집처럼 돈을 꽤 들여 퀄리티를 뽑은 앨범도 있지만 5집처럼 정말 돈을 안 쓰고도 컴퓨터로 싼 티가 덜 나게(안 나게는 아닙니다.) 앨범을 만들 줄 알던 사람이 마왕이십니다. 정말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 들어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곡을 쓰고 녹음하고 편집했던 마왕이십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그야말로 싼티가 물씬 납니다.

트랙 1부터 들어보고 격렬한 분노가 치민다 하였는데, 그 트랙 1이 뭔가 하니... Lazenca, Save Us입니다. 그 돈 썼다고 당대에 욕먹은 4집 가운데 가장 돈쓴 느낌이 팍팍 나는 스케일이 큰 곡입니다. 그걸 대충 20% 이하의 예산밖에 안 들여 리메이크했다 생각해 보시면 얼마나 빈약해지겠습니까? 정말 대충 MIDI 찍어서 만든 것 같은 오케스트라에 빈약한 코러스가 김을 팍 빼버립니다. 이럴거였으면 차라리 오케스트라와 코러스를 제거하고 순수하게 헤비메탈식으로 편곡하는 것이 훨씬 나았습니다. 실제로 이 곡을 끝내주게 편곡한 하현우라는 매력적인 보컬이 존재합니다.

트랙 1을 듣자마자 귀를 씻기 위해 바로 4집 2번 트랙을 재생합니다.(이게 뭔지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아~ 귀가 씻겨 나갑니다. 일단 참고 더 들어봅니다. 아주 가끔은 2019에서 또 살짝 분노가 치밉니다. 2019년까지 쌓인 기술력으로 뉴트로하게 곡을 편곡한게 아니라 오히려 원곡이 백배 낫게 다운그레이드를 시켜 놨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악기 배치에 매력없는 피처링 보컬까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게 절로 느껴집니다.

이 분노는 마지막 트랙에서 또 한 번 터집니다. 그것도 마왕의 인생곡이라 할만한 '그대에게'입니다. 기본적으로 5.5집의 버전에 솔로 1집의 분위기를 섞어 편곡하고 보컬 역시 이렇게 넣었습니다. 여기에서 뭐 더하고 뺀것도 거의 없으니 그 자체는 못들을 수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기에 더 짜증이 납니다. 이럴바엔 그냥 솔로 1집과 N.EX.T 5.5집의 버전을 각각 듣는게 낫습니다. 개판으로 편곡하는 것 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정말 그 무엇도 나아지지 않은 것을 앨범의 마지막에 떡하니 배치해 놓으니 이 앨범을 기획한 사람들의 음흉한(?) 표정이 떠오릅니다. 그냥 노력 안 하고 싸게 돈 좀 벌어보자는 음흉한 표정 말입니다.

그래도 해에게서 소년에게 2018, JazzCafe 2018처럼 그나마 못 들어줄 차원은 아닌 곡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못 들어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지 이걸 30주년 앨범에 맞는 수준이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을 못 합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빈약한 MIDI급 오케스트라 선율이 마음에 걸리며 원곡의 강렬함이 확 죽었고, JazzCafe는 무난하기는 하지만 너무 안전한(?) 편곡 방침이 느껴집니다.

전반적으로 Part 1 형태로 먼저 발매한 곡들은 최소한 못 들어줄 퀄리티는 아닌,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들어줄만한 수준이지만 정규 앨범에 들어간 일명 2019 버전에는 정말 기대에 초를 치는 수준의 곡이 많으며, 그것도 하필 정말 편곡, 믹싱 등 기술적으로 너무나 원곡과 비교가 되는 곡들이 몰려 있습니다. 이게 시작과 끝을 차지하니 분노가 치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은 마왕의 이름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마왕의 팬들의 월급을 긁어내보자는 심리가 절로 느껴지는 품질을 자랑합니다. 보컬은 어찌 되었건 마왕의 것이나 편곡과 믹싱은 그야말로 고속도로 뽕짝급 수준에 불과합니다. 정말 제대로 마왕의 30주년을 기념하고자 했다면 이런 앨범이 아니라, 가능했다면 다양한 뮤지션들의 손에 트리뷰트 앨범 형식으로 하는게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일단 마왕을 좋아했던, 좋아하는, 아마 평생 그러할 사람으로서 앨범은 사지만, 정말 지옥의 마왕께서 분노할 퀄리티라는 생각은 절로 드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정말 초기 기획부터 의심이 들만한 결과물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