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학암포 야영장 (2018/11/10) 유루캠핑

12월과 1월에 기껏해야 화롯불과 텐트, 침낭 하나 믿고 캠핑한다는 모 판타지 여고생들도 있기는 하나 날씨가 추워지면 캠핑의 수요는 많이 줄기는 합니다. 아예 12월~2월같은 동계에는 운영하지 않는 캠핑장도 많구요. 하지만 캠핑장 시설, 그리고 캠핑 도구의 발달은 늦가을과 겨울 캠핑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해줍니다. 그만큼 필요한 장비도 늘고 돈도 들며 이동수단도 좋아져야 하기에 판타지 여고생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겠습니다만.^^

이번달 캠핑은 2주 전에 '서해안'으로 결정했는데, 사실 제 머리 속의 서해안 캠핑장은 몇 군데가 있지만 1순위는 지금 적는 학암포입니다. 웬만하면 국립 아니면 최소한 공립 캠핑장을 이용하는 습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대안인 몽산포는 일단 전기가 안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장소를 정하고 여러 준비를 한 뒤 토요일에 출발~ 다만 몇 가지 트러블(핵심 식자재의 누락으로 루트를 벗어나 마트를 들리고, 그 사이에 정체가 늘어나는 등)로 도착이 늦어져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중간에 간식(스프를 해먹을 생각이었으나 스킵.) 먹는 것도 생략하고 바로 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 태안해안국립공원 학암포 야영장

- 규모: 자동차 캠핑 사이트 100개(세미오토 84개, 카라반 8개, 폴딩/트레일러 8개)
- 영지 타입: 파쇄석
- 전기 사용 가능: O(600W 제한. 영지장 콘센트 4개 제공)
- 테이블: X
- 화로 사용 가능: O(숯/장작 모두)
- 샤워장: O(운영시간은 별도 확인)
- 기타 시설: 소규모 매점, 도보 5~10분 거리로 해안 있음.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태안의 캠핑장은 크게 몽산포와 학암포로 나뉩니다. 몽산포가 주변에 무언가 사거나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고 숲속에서 캠핑한다는 느낌을 더 잘 받을 수 있지만, 몽산포 최대의 약점은 바로 전기가 안 들어오는데다 주차장과 영지가 바로 붙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위치를 잘 잡으면 거의 옆이라 해도 좋을 곳을 잡을 수 있지만, 숲속에서 캠핑한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짐을 갖고 주차장까지 왕복을 해줘야 합니다. 솔로 캠핑이라 짐이 정말 별거 없으면 문제가 아닌데, 짐이 좀 많으면 힘겹습니다. 학암포는 전기도 들어오고 그야말로 오토캠핑 전용이라 영지에 주차장이 붙어 나오는게 최고의 미덕입니다.

다만 여기까지 가는 길은 그리 수월치는 않습니다. 태안에서도 거의 북쪽 끝(더 북쪽도 있기는 합니다.)까지 올라가야 하기에 고속도로에서 나와서도 한 시간 정도는 차를 더 몰아야 합니다. 그나마 태안에서 안면도/몽산포와 학암포로 나뉘는 길까지는 고속화도로라 좀 낫지만, 그 이후에는 왕복 2차로에 과속방지턱도 많은 전형적인 시골길을 꽤 올라가야 합니다. 태안화력발전소로 가는 길이 거의 겹쳐지는 편입니다.

학암호 캠핑장은 굳이 분류하면 바닷가 주변 캠핑장이지만, 그러한 느낌은 거의 주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해안과 딱 붙어 있지는 않은데다 너무나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숲이나 자연을 만끽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지는 않습니다. 대신 정리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편한 자동차 접근성, 그리고 전기 등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해줍니다. 그래서 솔로 캠핑보다는 캠핑을 하고는 싶으나 몸의 불편을 좀 줄이고자 하는 가족 위주 캠핑 장소로 추천을 드립니다. 전기도 필요 없는 솔로 캠핑 목적이면 몽산포가 더 나을 수는 있습니다.

학암포는 이번에 세 번째로 가보는데, 기본 제공 테이블이 없다는 점을 빼면 편하게 밥해먹고 쿨쿨 쉬다오기는 딱 좋은 곳입니다. 정취가 없는건 좀 약점이지만 조금 걸어가면 해안도 나오니 간단한 산책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남자들이 캠핑, 그것도 요리하는걸 귀찮아 하는 사람들이 가면 메뉴는 상당히 단순, 그것도 인스턴트 위주로 갑니다. 지지난번 캠핑(포스트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제천 월악산 송계 캠핑장입니다.)때는 오뎅탕에 스테이크를 구웠고, 또 그 전(속초 설악 캠핑장)에는 부대찌개를 해먹었으며 사실 이번에는 원래 계획은 '만두전골'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는 사람이 재료 준비를 하기 무자게 귀찮다는 이유로 만능 국물 재료인 라면 스프를 투입해버린 간이 만두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 사진이 학암포를 몽산포 대신 고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기를 쓸 수 있으니 심심하면 노트북 PC라도 쓸 수 있습니다. 무선 LAN 제공은 해주지 않으니 나름대로 방법 연구가 필요합니다만, 식사를 즐기면서 영화라도 볼 수 있는건 가족 봉사 목적이 아닌 휴식을 위한 캠핑에는 나름 메리트가 있는 선택입니다.

메인 요리 겸 술안주는 닭꼬치. 숯불에 그릴 올리고 굽고 소금과 후추 뿌리면 땡. 치느님은 대부분 사람을 배신하지 않듯이 맛은 최소한의 수준을 보장해줍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가면 1kg(40g 25개) 미니 꼬치를 파는데, 써 있기는 모든 준비가 다 된 것 처럼 나오지만 소금간이 좀 약하니 약간의 소금을 뿌려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래도 정상적이면 4명 정도가 술안주로 즐기기는 충분합니다.

라면 국물에 만두 투입~ 닭꼬치만 갖고는 조금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물건입니다. 만두야 요즘은 1kg에 4,000원대면 무난한 왕교자류를 살 수 있으니 부담은 안 됩니다만, 대신 둘이 먹기엔 답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절반은 남겨서 집으로...

닭꼬치와 만두국(?)에 맞는 술이요? 그냥 마시면 되지 복잡하게 머리 쓸 것도 없습니다. 5도짜리 크루저도, 2도짜리 천원도 안 하는 얼스터 라들러도 OK입니다. 냉장고에 안 넣어 놓아도 지금 날씨면 몇 시간 밖에 놓아 두면 마실만큼은 시원해집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도 숯불(장작 때고 숯 만든 것입니다.)에 남은 꼬치를 구워먹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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