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나름대로 최악인데... 투덜투덜~

독일을 어떻게든 결과적으로 2:0으로 추락시킨걸 못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이 예상보다 훨~~~씬 거시기했다는 점을 빼더라도 어떻게든 잡은 기회를 살린건 결과론적으로는 잘 한 것입니다. 멕시코가 그렇게 박살이 날거라 생각은 못 했으니 16강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지만, 어차피 처음부터 16강은 생각도 다들 안 했으니 그 일 가지고 욕을 먹을 일은 절대 아닙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팀 자체에는 욕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기회를 잡는 것도 능력이며 기회를 살린 것은 칭찬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최악이라 한 것은 그 너머 때문입니다. 어차피 우리와 독일은 짐 싸고 집에 가야 하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거니 그건 그렇다 치는데, 마지막 3차전에서 불꽃을 태워버린 덕분에 축구협회 개혁은 물건너가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 3차전에서 화려하게 태운 불꽃 덕분에 그 이전의 졸전들은 싸그리 묻혀지게 생겼습니다. 축구협회는 이 3차전만을 자랑하고 그 이전의 졸전 기록은 싸그리 무시할 것이며 자신들의 밥통을 철저히 지키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똑같이 가겠죠.

가장 윗 선, 즉 보통 높은 분들이라 불리는 분들이 이기는 것 다음으로 좋아하는 상황은 이도 저도 아니게 끝나는 것입니다. 혼란을 틈타 잇속을 챙길 수 있는 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못 했는데 한 경기만 미칠듯이 불태워서 안타깝게 떨어졌다... 결과는 이렇게 된 것이고 그 이전까지의 모든 비난은 저 3차전의 불꽃속에 던져둘 것입니다. 결론을 못내고 휴전했던 6.25도 역사를 분석해보면 피는 우리나라, 미국, 중국, 북한이 다 봤는데 정작 미국을 뺀 각국의 지도층(이승만, 김일성, 마오쩌둥)은 반대파 숙청이라는 이득을 챙긴 바 있습니다. 축구협회가 16강 진출 다음으로 바라던 그런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3차전의 승리가 그리 달콤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짧은 기회를 잘 살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그 상황을 이용해먹을 축협과 그 편에 서서 꿀을 빨던 일부 선수들의 행태가 벌써부터 눈에 들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