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Player One... Feel Blue(영화,음악)

길게 적자면 길게 적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만, 최대한 간단하게 적어봅니다. 원치 않게 어느 정도의 스포일러는 있을 수 있기에 그 부분은 적당한 필터링을 당부드립니다.

1. 이 영화의 흐름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SAO로 시작하여 매트릭스와 로보캅의 향기를 느끼다 구니스의 세계로 빠져나온다.

VR 기반의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것과 게임 창시자가 씨앗을 뿌렸다는 점은 SAO의 향기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SAO의 스필버그 버전이냐... 이건 아닙니다. SAO의 키리토와 RPO의 퍼시발은 둘다 리얼에서는 Nerd에 솔로 플레이 선호자이며 푹 빠진 여자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며 나름 동료운을 보는 편입니다만, 일단 퍼시발은 게임에서 사기 캐릭이 아닙니다. 굳이 말하면 일관된 의지와 집중력, 그리고 세계의 창조자에 대한 경외심이 남달랐다는 것 뿐입니다.

전반부에도 다양한 작품의 기믹이 쏠쏠하게 등장하지만 사실 내용 흐름 전체를 보면 오히려 이 전반부는 평이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작품은 매트릭스와 로보캅이 섞인 향기를 내뿜습니다. 악의 조직이 그냥 수만 많은 방해물에서 본격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며 외로운 늑대가 순식간에 본격적인 레지스탕스로 둔갑하여 투사가 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서는 제애그룹 지하노역장의 냄새도 좀 느낄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의 분위기는 구니스 스타일의 모험 활극으로 바뀝니다. 현실과 가상을 움직이며 악의 세력과 본격적으로 대결을 펼칩니다. 그 대결 자체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은 아니며 조금씩 숨은 기믹들은 따로 떼놓고 보면 어색한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체 흐름은 물흐르듯 흘러갑니다. 그렇게 주인공과 그 동료들은 악의 저항을 물리치고 세계를 차지합니다. 그렇게 집도 절도 없는 고아 Nerd는 성공했습니다. 축하축하...

2. 이 영화에는 고전 게임부터 최신 게임까지, 고전 영화부터 어느 정도 시대의 영화까지 다양한 컨텐츠의 기믹이 다양하게 숨어 있습니다. 그 자체를 하나씩 떼놓고 보면 분명히 어색한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담은 시선강탈자 역할은 충실히 하지만 그 움직임은 우리가 생각한 그 건담의 움직임은 아니었죠. 그래서 이 장면들을 개별로 떼놓고 보면 난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분들은 이렇게 각 기믹의 난잡함을 꽤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걸 영화 전체에 녹여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어떠한 기믹의 난잡함을 순간 느꼈다 해도 그 찝찝함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어느새 다른 장면에 빠져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전반부에는 찝찝함을 더 느낄 수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각 부분을 떼어 이성적으로 보면 분명히 엉성하고 멋지거나 당위성이 높지도 않은 내용임에도 그것을 신경쓰지 않게 됩니다. 그저 작은 영웅의 모험담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3. 분명히 이 영화는 각 부분을 쪼개서 보면 그저 과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기믹만 매우 짧게 많이 보여줄 뿐 당위성이 꽤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유대감이 적기는 해도 유일한 친족이 눈 앞에서 죽었는데 멘붕할 정도로 슬퍼하지 않고, 악의 수장과 그 휘하의 중간 보스들은 별 카리스마도 없고 때로는 멍청하기까지 합니다. 주인공을 포함하여 주요 인물들의 배경은 거의 설명되지도 않습니다. 학교는 다니는지 밥벌이는 잘 하는지도 말이죠. 러브라인은 밀당도 멋지지 않고 좀 뜬금없이 빠르게 흘러가기도 하죠. 그리고 건담은 왜 빔샤벨을 그딴식으로 잡죠? 이 영화의 당위성으로서의 문제점을 찾으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이런 문제점은 각 부분을 쪼개서,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만 문제가 될 뿐입니다. Ready Player One은 모험 활극이자 작은 영웅의 탄생기입니다. 모험 활극에 스토리의 각 개별적인 당위성 문제를 찾자면 한도 끝도 없는건 당연합니다. 또한 이 활극은 힘으로 악을 정벌하는 것이 아니라 정열과 용기가 승리의 원천입니다. 딱히 더 대단한 스펙을 갖고 있지 않은 주인공이 남보다 더 정열을 갖고, 남보다 조금 더 용기를 내 앞으로 나간 결과일 뿐입니다. 여기에 너무 카리스마 넘치고 능력도 대단한 적이 나타나면 그게 더 부담스럽겠죠. 각 부분별로 따지면 엉성하지만 모험극으로서 이 영화는 충분한 흡인력을 갖고 있습니다.

4. 사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적어도 30대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저 어떠한 영화나 게임의 기믹이 어디서 나왔다 그 자체를 관찰하려 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즉 그런게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한게 아니라 실제 거기에 나왔던 영화와 게임을 실제로 즐기고 그 '느낌'을 간직한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즉 백투더퓨쳐의 드로리안이 나왔다고 그 드로리안을 바로 구분할줄만 아는 사람, 파동권과 써머솔트킥이 나왔을 때 그게 어떤 게임의 기술인지 아는 사람이 아닌 백투더퓨쳐 3부작을 실제로 그 시절에 봤던 사람,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오락실을 다 잡고 있을 때 대기군인의 무서움과 짜증을 직접 느껴본 사람이 훨씬 더 이 영화에 몰입하기 쉽습니다. 그저 다양한 기믹을 화려하게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나온 게임과 영화가 주었던 느낌을 되살려 영화에 접목시킬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거대기업 IOI에서 로보캅의 OCP를 느낍니다. OCP도 결코 똑똑한 악의 조직도, 그렇다고 강력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의 조직은 아니었습니다. 부조리하게 돈과 힘을 휘두를 뿐이었죠. 그렇지만 거대 조직의 부조리함은 분명히 각인을 시켰고 돈을 밝히는 탐욕스러운 모습은 분명히 보여주어 타도를 해야 할 명분은 제대로 안겨 주었습니다. 덤으로 이사회 장면에서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3N의 탐욕이 절로 느껴지는데, 이 역시 실제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을 해봐야 공감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저 지식으로서의 게임이나 영화 정보가 아닌 과거부터 그것을 실시간으로 보아온 사람만이 이 영화의 흐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봅니다.

5. 다른 분들의 의견과 조금 반대되지만, 오히려 이렇게 과거의 영화와 게임의 흐름과 Ready Player One을 겹쳐서 보고자 한다면 2D가 가장 나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눈과 몸이 느끼는 즐거움은 적겠지만 적어도 뇌의 최종적인 즐거움은 고정되게 보는 것이 더 안정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봅니다.

지난 3년동안 본 영화 가운데 이 영화만큼 재밌게 본 것은 없었다 할 수 있으며, 2시간 30분이 절대 아깝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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