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엄한 사고를 목격하다 밟아밟아~

어제 저녁 퇴근 시 벌어진 실화입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똥개와 함께 강변북로를 그냥 천천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9시가 넘어도 강변북로는 차가 꽤 많아서 상습 정체 구간인 구리방향 한강-성수 구간은 밟지도 못하니 그냥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연비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앞에는 SM3가 비슷한 속도로 그냥 자기 갈 길을 잘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TG(그랜져) 한 대가 아주 천천히~ 이쪽 차선으로 방향을 꺾기 시작합니다. 방향지시등도 제대로 켜고... 여기까지만 들으면 문제가 없는데,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끼어들기 시작한 포인트가 SM3를 '노리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엉뚱했는데, 속도를 조정하여 SM3 앞으로 튀어 나가는 것도, 속도를 줄여 똥개 앞으로 오려고 조정하는 것도 아닌 SM3를 노리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SM3 차체 중간 방향으로 끼어들기를 시전했습니다. 그것도 끼어드는 차선과 전혀 맞추지 않고 거의 동일한 속도로 들어옵니다. SM3와 똥개 사이의 차간 거리도 두 차의 안전 유지에는 문제가 없었어도 그랜져가 안전하게 끼어들 정도의 여유는 없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아무리 운전자가 바보라도 저렇게 '제 절차를 밟아' 끼어들 생각은 하지 않겠다는 타이밍이었습니다.

SM3 입장에서는 완전한 사각지대에 들어왔고, 저도 상황이 정상이 전혀 아님을 깨달아 슬슬 제 목숨의 위기를 느꼈기에 경음기를 수차례 울려댔지만, 그랜져의 움직임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정말 슬로우 모션처럼 SM3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SM3도 그 접근을 느끼고 회피를 하려 했으나 이미 늦어 SM3와 그랜져의 사이드 미러가 접촉하고 말았습니다. SM3쪽은 그냥 미러가 뒤로 접히고, 그랜져는 앞쪽으로 꺾이면서 차가 멈췄습니다. 다행히 차체 자체의 접촉은 절대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고 직전에 서로 속도를 줄여 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그 뒤에서 끼어 정지.

보통 차선 변경은 정상적인 경우라면 룸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통해 옆차선 상태를 확인하고 가속하여 옆차선의 차 앞으로 끼어들지, 아니면 속도를 줄여 그 뒤에 붙을지 결정하고 끼어들게 됩니다. 물론 차의 사각은 있어 접촉 사고는 늘 납니다만, 어제의 사고처럼 천천히, 그것도 아예 옆 차선의 앞차 가운데를 노리고 끼어들지는 않습니다. 사고가 나기 2~3초 전부터 제 머리 속에는 '서로 사각이라 못 봤구나'가 아닌 '뭐 이런 병x같은 일이...' 라는 생각이 자리잡았습니다.

몇 초동안 자신이 피해자가 될지도 몰랐던 코미디(?)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이건 이후 상황이 꽤 빠르게 끝나 추정이 어느 정도 들어갑니다만, 그랜져 뒤에 붙은 종이쪽지 한 장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초보운전'아니냐구요? 그랬다면 다행인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보다 훨씬 보기 드문 '주행연습'이었습니다. '운전연수'가 아닌 '주행연습'입니다. 그렇습니다. 저 그랜져 운전자는 정식 면허를 따지 않은 연습면허만 갓 딴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보통 운전면허 전문학원에서 면허를 따는 경우는 잘 모르지만, 연습면허를 딴 경우 '면허 취득일로부터 2년이 지난 사람의 지도(동승)하에 차 뒤에 주행연습임을 알리는 표기를 붙일 경우 도로에서 연습 목적의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도로를 나온건 좋은데 경험이 없으니 끼어들 타이밍을 전혀 모르고 무작정 끼어들기를 시도했고, 심지어 위험을 경고하는 소리에도 당황하여 아예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밤 시간의 고속화도로에 연습면허를 지닌 사람을 내보낸 동승자(지도자)에게도 문제는 있다고 봅니다. 야간 운전은 언젠가는 경험을 해야 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아직 주간 운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면허 취득 전 운전자에게 끼어들 타이밍을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과 뒷 차의 전조등만으로 가늠해야 하는 야간 운전을 시키는 것은 어느 정도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차량 보유자 또는 동승자의 시간 문제로 밤에만 시간을 낼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는 합니다만, 하필 차가 여전히 꽤 많은 시간대의 강변북로였는지는 의문입니다. 어차피 면허 취득 단계에서는 시속 60km로 달릴 일도 없는데 말입니다. 제 가정 속에서의 일이기는 합니다만, 이번 사고는 그랜져 운전자/동승자가 어느 정도 자초한 일이 아니었나 합니다.

만약 SM3 운전자가 이번 기회에 한 몫 잡자고 굴렀다면(물론 구를 정도의 차량 피해가 없었으니 이건 좀 무리겠습니다만) 연습면허 취소 사유(인사사고)에 해당되어 그랜져 운전자는 연습면허 취소 처분이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SM3 운전자가 차에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그랜져 운전자에게 조심하라고 말을 한 뒤(듣지 못했으니 대충 추정) 접힌 사이드 미러를 펴고 그냥 갈 길을 갔습니다. SM3 운전자가 이해심이 넓어서 다행이었지, 안그랬다면 그랜져 운전자는 어려모로 꼬인 밤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교훈은...

1. 야간 차선 변경은 간격 확인을 철저히 하자.
2. 초보운전자는 주간운전 경험도 부족한 면허 취득 초기에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면 가급적 야간운전은 피하자.

덧글

  • Cpt Neo 2015/07/22 14:44 #

    어차피 야간 주행도 연습은 필요한 것이라 할 수 밖에 없지만 문제는 저런 도로를 꼭 가야되었나... 라는 느낌이...

    과실이 기억이 맞다면 연수측쪽이 더 크게 나올텐데 싶지만 망할 보험사들 믿을수가...
  • Adolf Kim 2015/07/22 15:53 #

    면허를 딴 뒤엔 언젠가는 야간운전을 배워야 하겠지만, 야간에 시험도 안보는 연습면허 소지자에게 야간 고속화도로 운전은 허들이 너무 높죠. 정말 몇 초동안 제로의 영역에 들어간 것 처럼 황당한 사고를 봤기에 이건 절반 이상은 밤에 저 코스로 뛰게 만든 동승자 잘못이라고 봅니다.
  • 폴라 2015/07/24 10:43 #

    제가보기엔 동승자가 끼어드는순간 제지했어야하는데 동승자도 책임이 큰것 같습니다..
    저도 야간 운전할때 무척 긴장했는데(야간+ 우천 뭐 암것도 않보이는) 그래도 집주변에 쉬운장소에서 했는데.
    만약 사고시엔 머리 좀 아프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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