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4 EX & "막장화" 은하영웅전설 4 EX 이야기 Electrosphere(컴퓨터)

이전에 만든 레트로 머신으로 현재 하는 게임이 은하영웅전설 4 EX입니다. 원작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명작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지금 정치 현실과 너무 잘 맞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명 가카니히트, 우국기사단, 정치권에 줄을 대는 군부 등) 물론 이 소설도 계속 읽어보면 설정의 허점이 많을 뿐더러 작가가 '수습불가, 용두사미'의 대표주자라는 점 역시 문제지만, 그래도 스페이스 오페라로서 재미가 있고 곱씹어볼 부분도 많은건 사실입니다.

은하영웅전설은 일본을 대표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이기에 게임 역시 일본에서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지금까지 턴 방식 시뮬레이션으로서 6가지 버전(확장팩 제외), 그리고 한정판매 형식으로 실시간 시뮬레이션으로서 한 번(반다이남코 버전), 그리고 지금 웹게임 형태로 개발중인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들 게임 가운데 최고로 치는 것이 은하영웅전설 4, 정확히는 그것의 확장판인 EX 버전입니다.

■ 다양한 입장에서 세상을 뒤집어보자

DOS 시절 말기에 나오고, 윈도우 95용으로 나온 것도 DOS용 데이터에 윈도우에서 실행만 할 수 있게 만든 것에 불과한 만큼 꽤 오래되고 그래픽 수준도 떨어집니다. 그래픽 수준이야 최신 버전인 반다이남코 버전이 가장 좋고, 제대로 된 윈도우용 버전인 은하영웅전설 5만 되어도 '모든 캐릭터의 미청년/미중년화'를 실현하여 더 보기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게임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삼국지 시리즈가 많이 나와봐야 삼국지 2나 3의 아성을 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은하영웅전설 1, 2는 그냥 정해진 전투만 하는 '전술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3의 경우 전략 시뮬레이션이지만 과거, 그리고 지금 세대의 삼국지처럼 하나의 세력 전체를 운영하며 장군들과 함대를 조작하는 형태입니다. 5와 6는 전술 시뮬레이션으로 완전히 돌아가버렸습니다. 하지만 4는 다릅니다. 이 게임은 삼국지의 이후 버전 등 턴 방식 시뮬레이션에 많은 영향을 준 '개인 조작 전략 시뮬레이션'입니다. 즉, 하나의 진영 전체를 조작하는 것이 아닌 그 진영에 속한 장군 하나를 골라 플레이를 합니다. 은하영웅전설 3가 '트류니히트 vs 리히텐라데'의 대결이라면 4는 미터마이어나 양이 자기 권한 안에서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형태가 됩니다.

국가가 각 장군과 부대를 국가적인 입장에서 부려먹는 것이 지금까지의 턴 방식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면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국가의 입장과는 상관 없이 자기의 이익대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형태입니다. 큰 조직이 아닌 개인 또는 작은 조직(함대) 단위로 움직이는 만큼 다양한 변수에 맞춰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게 됩니다. 소설에서 나온 다양한 이벤트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국가의 지배자 이외의 선택이 없다면 쿠데타라는 이벤트에서 무조건 진압군의 입장에 서야만 합니다. 쿠데타에서 지는 것은 국가와 조직의 멸망이기에 플레이어의 게임 오버가 되고 맙니다.

하지만 개인 단위로 움직이는 이 게임은 자신이 쿠데타의 주역이 될 수도, 심지어 쿠데타가 실패하거나 진압에 실패해도 목숨을 구걸해볼 여지가 생깁니다. 조건만 맞으면 '망명'이라는 형식으로 세력을 갈아타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아래 아래에서 여러 무시를 참아가며 공적을 쌓아 발언권을 얻어가며 조금씩 상황을 개선해가는 것도, 아예 처음부터 권력을 지닌 자를 골라 국가 전체를 움직여가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한 가지 시점에 고정된 뻔한 모습을 어느 정도 극복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게임의 밸런스 역시 개인 중심에 맞춰 조정을 했습니다. 아무리 개인 시스템으로 해도 개인의 능력 = 전쟁 수행 능력 = 정치적인 행동 능력이 된다면 유명한 인물만 고를 뿐 '듣보잡' 또는 '악당'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유능한 참모진을 함대에 둠으로서 자신의 정치적인 행동(쿠데타) 또는 전쟁 수행 능력을 충분한 수준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초 일류 전략가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에 비해 '발릴 정도로' 뒤지지 않은 전쟁 능력을 갖게 됩니다. 보통은 돌볼 가치가 없는 좀스런 악당, 프레겔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이제르론의 양 대장의 함대를 발라버리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현실성이 있습니다. 보통은 이처럼 함대 사령관이 되어 실전에서 공적을 쌓지만, 본인이 원하고 조직이 그걸 허용한다면 그냥 무관의 장교 또는 방위사령관, 요직에 올라 태클을 거는 입장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게임은 그냥 '땅따먹기만 아무 생각 없이 하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돈'이라는 변수는 자신의 진영의 유불리를 결정합니다. 함선을 만드는 일, 함선과 여러 무기를 만드는 조병창의 유지 비용, 함대를 체류시키는 기지 유지 비용, 각 행성의 방위 기지 유지 비용은 매달 고정 비용으로 나가기에 무작정 이러한 생산 설비나 방위 시설에 투자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세금을 높이면 각 행성의 불만이 쌓이고 경제적이 떨어져 장기적인 수입이 줄어들고, 당장 경제 발전에 쓴다고 세금을 줄이면 돈이 바닥납니다. 이러한 정치적인 요소까지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이 게임은 정말 '돈이 없어서' 전쟁을 못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돈이 없어 유능한 장군이 많아도 허접한 함선만 소량을 쥐어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눈물이 고일 정도입니다. 실시간 시뮬레이션의 박진감은 없지만 대신 그만큼 머리를 쓰게 만듭니다.

■ 소설 내용따윈 달마시안 개에게 줘라, 극한의 막장 전쟁 상황을 보여주마~

원래 게임의 데이터에 손을 대는 행위는 그리 좋지 못한 대접을 받습니다. 물론 게임을 편하게 즐기는 것으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은 이를 문제시하지 않지만, 다수의 게이머들은 이러한 행위를 치트(Cheat)로 여기며 불편하게 여깁니다. 그렇지만 게임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바꾸기 위해, 오히려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손을 대는 것은 어떨까요? 이 정도가 되면 그것은 '치트'의 차원을 넘게 됩니다. 은하영웅전설 4 EX는 데이터에 손을 대 게임을 어찌 보면 뻔한 흐름에서 벗어나 극한의 막장(?) 환경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이 게임이 자유도가 높다고 해도 결국 제국은 제국, 동맹은 동맹입니다. 망명이라는 것도 쿠데타에서 패배한다는 예외 상황에서나 있을 수 있기에 미터마이어는 결국 동맹을, 아텐보로는 제국을 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사용자의 의지와 약간의 노력만으로 카오스(?)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게임 자체에 치트 기능은 없지만, 세이브 파일이나 행성/함선 데이터같은 주요 골격 데이터의 구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윈도우용 버전도 데이터 구조가 같아 DOS용 에디터도 쓸 수 있습니다. 보통은 자신의 캐릭터 또는 자신의 진영을 강하게 하는 차원에서 데이터를 고치지만, 다른 부분의 데이터까지 손을 대면 게임의 난이도를 꽤 높이고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차원의 난장판(?)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를 뜯어 고쳐 할 수 있는 엽기적인 상황 몇 가지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이건 무슨 뭥미한 제국과 동맹 장교 일람?


※ CASE 1: 지크가 무덤에서 살아 나왔다!

약간의 조작으로 죽은 장군, 권력에서 밀려나 은퇴한 장군들이 살아납니다. 총 맞고 죽었어야 할 키르히아이스가 동맹 장군으로 제국을 공격하고, 쿠데타를 실패해 자살한 그린힐 장군이 엉뚱하게 가이에스부르그에서 가이에스하켄을 쏴댑니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삽질 인간들(제국 귀족들 & 트류니히트파 장군들)은 그냥 전쟁에 내보내지 않고 암흑으로 묻어버릴 수 있습니다. 인재 풀이 조금 부족해지겠지만, 이런 넘들에게 줄 쌀(빵)이 아깝지 않습니까?

※ CASE 2: 이 세계의 배반은 흔한 일이지~

세이브를 할 때 까지만 해도 반대 진영에 있던 장군이 로드 후 우리 진영에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함대에 소속을 두고 있거나 요직을 맡고 있다면 할 수 없지만, 살아 있는 장군을 진영을 바꿔, 그것도 상대방의 본성에 두어 바로 써먹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우리쪽으로, 인간 쓰레기들은 저쪽으로 보내는 편식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거리의 방벽"따윈 "야바위" 앞에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의 적은 오늘의 친구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 CASE 3: Show me the MONEY!!!!!

난전을 바란다면 돈 따윈 생각을 안하는 무한 맵 상황도 연출할 수 있습니다. 각 세력의 자금을 최대한으로 높여 무언가 인프라를 만드는 데 저항이 없게 할 수도 있고, 그것도 귀찮으면 필요한 행성마다 강제로 조병창 설비나 방위 기지를 만들어 사람만 있으면 무한 전쟁 상황도 일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기본 모드가 쉽다고 생각된다면 우리는 그대로 두고 상대방 진영에 많은 예산을 주게 하여 무한 러시(?)를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 CASE 4: 내가 바로 내일의 루빈스키!!!

조금 잔머리(?)를 쓰면 각 세력의 큰 전략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습니다. 함대를 거느리지 않고 요직만 맡지 않으면 언제든지 세력을 바꿀 수 있기에 특정 세력을 강하게 하거나 삽질 전략을 세우게 할 수도 있습니다. 페잔을 점령하면 군사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점을 노려 제국 소속일 때 페잔을 치도록 했다 바로 동맹으로 자리를 옮겨 페잔에 쳐들어 온 제국군을 쳐 새로운 공략을 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루빈스키나 지구교의 음모따윈 애들 장난에 불과합니다. 준비에 시간도 거의 걸리지 않고 효과도 확실합니다.

※ CASE 5: 유체 이탈~

심지어 자신의 캐릭터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양 세력에 더블 쿠데타 상황을 언제든지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쿠데타를 일으킨 뒤 다른 캐릭터로 갈아 타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유체 이탈(?)을 하여 리히텐라데가 되어 제국의 군정을 엉망으로 한 뒤, 트류니히트로 캐릭터를 바꿔 그 허점을 이용하면 승리는 우리 것! 아, 트류니히트에게 이런 공적을 안겨주면 안된다구요? 하긴 그렇군요.^^

※ CASE 6: 분노에 찬 페잔의 해머를 받아라!

사람만 이동할 수 있냐구요? 천만의 말씀! 행성 개조 역시 자유자재! 방어 기지나 조병창, 경제력같은 수치 이외에도 특정 행성이나 요새에만 있을법한 요새포를 어떤 행성에도 넣을수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한 행성에서 주포가 나갈 수 있습니다. 페잔을 공략했더니 토르 해머에 두들겨 맞고, 별 것 없는 것 같은 행성에 가까이 갔더니 아르테미스의 목걸이의 빔포가 함대를 덮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런 잔재주를 잘 활용하면 이런 '막장 드라마'를 쓸 수도 있습니다.

"제국의 막장 남작이 동맹군에서 제국 후작의 함대 편성을, 민주주의를 들먹이며 지시하는 막장은 뭔가?"

"신들의 황혼 작전을 통해 동맹령을 유린하는 제국군 앞에 놓인 행성들, 하지만 그들 행성은 전부 요새화되어 토르 해머와 가이에스하켄 천지가 되어 진행 속도는 크게 느려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제국에서 바보짓 끝에 죽은줄 알았던 프레겔이 동맹의 명장이 되어 앞을 가로 막고, 그 옆에는 시체까지 함께 본 키르히아이스가 함께 하는데... 하필 그 시기 제국은 도손, 베이, 그린힐 등 동맹 출신 정치 군인들이 군정과 내정을 어지럽히는 난맥상까지 드러났다. 치명타는 사흘 전 간달바에서 궤멸당한 미터마이어가 발하라 성계 동맹 방위사령관으로 임명되기까지."

심지어 이렇게 만든 막장 드라마 상태의 세이브 파일을 시나리오 파일로 전환하는 툴도 나와 있어 게임을 막장 of 막장으로 만드는 일 역시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위의 막장 시나리오에서 제국의 장군을 고르면 꽤 머리가 아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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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미오 2012/11/07 21:08 #

    4가확실히 재미가 있었죠. 예전 그래픽 보니 반갑네요 ㅎ
  • 해색주 2012/11/08 00:23 #

    안돼, 나의 미터마이어를
  • iris 2012/11/08 09:25 #

    아무리 생각해도 은하영웅전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금발 미청년이나 홍차 마니아가 아닌 성격 좋은 '루저' 유부남이 아닐까 합니다. '앙대~ 나의 라인하르트를~'이나 '앙대~ 나의 양을~'보다는 '앙대~ 나의 월프를~'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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