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염소다!! 염소 시뮬레이터(Goat Simulator) Electrosphere(컴퓨터)

Goat Simulator는 오늘 Steam을 통해 발매된 9.99$짜리 게임이며, 말 그대로 염소를 움직이는 자유도 높은 게임입니다. 이렇게 적으면 나름대로 새로운 게임처럼 보이겠죠.

게임하지만 GTA같은 샌드박스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이 게임은 언리얼엔진에 PhysX까지 쓰니 그래픽 하나는 매우 화려하지만 내용은 엽기적인 병맛 센스의 게임입니다.

일단 이 게임의 소개 페이지는 이렇습니다.

http://store.steampowered.com/app/265930

그렇지만 이 페이지의 게임 소개 글에 붙은 경고문구를 잘 봐야 합니다.

Disclaimer: Goat Simulator is a completely stupid game and, to be honest, you should probably spend your money on something else, such as a hula hoop, a pile of bricks, or maybe pool your money together with your friends and buy a real goat.

대놓고 Steam 운영자들이 디스를 할 정도로 이 게임은 병맛 넘치는 센스를 발휘합니다. 정말 돈 낭비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이 아니면 돈을 더 올바른 데 쓸 방법은 많다고 대안까지 제시해줍니다. 즉, 이 게임에 제대로 된 게임성을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이며, 만든 사람들도 제대로 된 것을 만들 생각도 안했습니다. 

일단 그 모습을 볼까요? 왠지 생긴 것 부터 범상치 않은 '그냥 염소'입니다. 저 혀는 그냥 내민 것이 아닌 상상을 초월하는 '무기'입니다. 저 혀로 사람도, 염소도, 웬만한 것을 다 붙여 끌고다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받으면 던지는겁니다.

 

이처럼 말입니다.^^ 염소 앞에서는 동료고 뭐고 없습니다. 보이는 건 다 적이자 제물로 바칠 것입니다.(제물로 바치면 악마 염소로 진화(?)하고 초능력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던질 수 있는 무기일 뿐입니다.

 

 죽었냐구요? 아닙니다. 그냥 옆으로 누운겁니다. 하지만 표정이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합니다. 움직임에 따라서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구르고 하는 PT체조급 움직임도 보여줍니다. 뭐 보통 염소가 상황에 따라 머리가 쭉쭉 늘어나니 사실성과는 담을 쌓았습니다만.

 

 위대하신 인간님들은 레이스를 즐깁니다. BUT!!!

 몇 초 뒤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신 염소님 앞에 이렇게 됩니다. 다 들이 받히고 도망가다 던져지고 차는 뿔질 한 방에 뻥뻥 터져 나갔습니다. 염소님은 위대하여 폭발 옆에서도 튕겨나갈 뿐 멀정합니다. 

 

 움직이는 차 앞에서는 그냥 염소로는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정도로 죽을 염소가 아닙니다. 수십m쯤 튕겨 날아가도 멀쩡합니다.

 

엄마~ 나 날고있어~ 두번째라구~

 

위대하신 염소님께서 부술 수 없는 것은 없습니다. 집채만한 바위도 날려버립니다.

 

이 게임은 딱히 스토리나 목적성 없이 과제를 수행해가는 내용입니다. 나머지는 그냥 무제한의 자유도를 자랑합니다. 그러면서도 별의 별 버그를 의도적으로 남겨 놓아 현실성과는 거리가 먼 괴악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냥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염소판으로 만들고 싶다면, 그리고 1만원쯤은 버려도 전혀 부담이 없다면 사볼만한 게임입니다.


DOS용 장난감 머신의 수난기 Electrosphere(컴퓨터)

컴퓨터 많은게 자랑은 아니지만(전기만 많이 먹고 덕질로 보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남는 부품 재활용에 용도에 맞춰 PC를 쓰려다보니 집에 PC가 한 대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주 작업용 PC가 한 대 있고, 서버라고 부르기엔 거시기한 아톰 기반 머신이 하나 상황에 따라서 돌아갑니다. 그리고 DOS를 돌리기 위한 DOS 장난감이 한 대, 스티브 좁스를 싫어하지만 주길래 받아온 파워맥G4 1GHz 듀얼이 한 대(OSX 10.4), 영화를 보기 위해 오디오와 연결해둔 HTPC가 한 분(주말이나 평일 밤에 활약합니다.), 외부에 있을 때나 여름에 좋은 레노버 X201s 노트북 PC, 그리고 NAS 두 분(하나는 D-Link, 다른 하나는 VIA C7 기반 자작)이 존재합니다. 이 가운데 DOS 장난감이 수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대충 이 넘의 초기 제원은 이랬습니다.

- CPU: 애슬론 XP 2000+ @ 1.25GHz
- 메인보드: PCChips M863AG
- 메모리: 삼성 512MB PC2700
- 그래픽카드: 쿼드로 980GXL
- 하드디스크: 시게이트 80GB
- 케이스: 일반 슬림형
- 전원공급장치: 굴러먹던 막파워 300W mATX
- 사운드카드: Creative Sound Blaster Live!
- 무선 LAN카드: 넷기어 WG311 802.11g

CPU에 걸맞지 않는 그래픽카드가 달려 있었는데, 이 그래픽카드를 억지로 슬림형 케이스에 넣어야 했기에 5.25인치 베이를 떼낸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이게 DOS에서 호환성 문제가 있다는 점인데, 너무 신형(?)이라서 일부 DOS 게임(워크래프트2 등)에서 그래픽카드 인식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 CPU: 애슬론 XP 2000+ @ 1.25GHz
- 메인보드: PCChips M863AG
- 메모리: 삼성 512MB PC2700
- 그래픽카드: 내장 그래픽 코어
- 하드디스크: 시게이트 80GB
- 케이스: 일반 슬림형
- 광학드라이브: 삼성 DVD Combo(모델명은 기억하기 싫음.^^)
- 전원공급장치: 굴러먹던 막파워 300W mATX
- 사운드카드: Creative Sound Blaster Live!
- 무선 LAN카드: 넷기어 WG311 802.11g

SiS 내장 그래픽 코어는 DOS에서의 호환성은 나쁜 편은 아니며, 메모리 용량은 너무 많다고 해도 좋은 만큼 32MB쯤 떼낸다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집을 뒤쳐보니 MGA Millennium II PCI 버전이 나왔길래 이걸 한 번 써볼까 하여 구성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 CPU: 애슬론 XP 2000+ @ 1.25GHz
- 메인보드: PCChips M863AG
- 메모리: 삼성 512MB PC2700
- 그래픽카드: Matrox Millennium II PCI
- 하드디스크: 시게이트 80GB
- 케이스: 일반 슬림형
- 광학드라이브: 삼성 DVD Combo(모델명은 기억하기 싫음.^^)
- 전원공급장치: 굴러먹던 막파워 300W mATX
- 사운드카드: Creative Sound Blaster Live!
- LAN카드: SiS900 내장 LAN

추억은 아름답다고 지금의 LCD 세상에 G200이건 Millennium이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마는, 어차피 장난감이니 추억삼아 꽂은 것입니다. 문제는 내장 LAN이 죽었다는 것. 인식은 하는데 신호를 잡지 못합니다. 그냥 순수하게 스탠드얼론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러면 관리가 워낙 불편해지는 만큼 대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USB 방식 무선 LAN을 쓸까도 했는데 여러 문제로 다시 이렇게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PCI 슬롯이 두 개뿐이기에 Mil2는 다시 퇴출이 되고 말았습니다.

- CPU: 애슬론 XP 2000+ @ 1.25GHz
- 메인보드: PCChips M863AG
- 메모리: 삼성 512MB PC2700
- 그래픽카드: 내장 그래픽 코어
- 하드디스크: 시게이트 80GB
- 케이스: 일반 슬림형
- 광학드라이브: 삼성 DVD Combo(모델명은 기억하기 싫음.^^)
- 전원공급장치: 굴러먹던 막파워 300W mATX
- 사운드카드: Creative Sound Blaster Live!
- LAN카드: 게표 RTL8139D PCI 패스트 이더넷

그러다 다시 이번에는 AGP 그래픽카드 하나를 발굴하여 꽂을 예정입니다. 쿼드로 980GXL과 달리 윈도우 98이나 DOS 세대에 맞는 물건이라 호환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참으로 변화가 많은 불쌍한 장난감입니다.

- CPU: 애슬론 XP 2000+ @ 1.25GHz
- 메인보드: PCChips M863AG
- 메모리: 삼성 512MB PC2700
- 그래픽카드: Diamond Viper V330(nVIDIA Riva 128)
- 하드디스크: 시게이트 80GB
- 케이스: 일반 슬림형
- 광학드라이브: 삼성 DVD Combo(모델명은 기억하기 싫음.^^)
- 전원공급장치: 굴러먹던 막파워 300W mATX
- 사운드카드: Creative Sound Blaster Live!
- LAN카드: 게표 RTL8139D PCI 패스트 이더넷

[18禁입수보고/20140203] キスアト -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불편하기도한 게임 18禁, おお~~

너무 길게 쓰자면 왠지 부담스럽기도 하여 오늘은 꽤 날림이라고 할 정도로 쓰고자 합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풀려고 하니 글을 쓰는게 여러모로 부담이 가서 최근에는 이쪽 글을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래서 오늘은 나름대로 가볍게 접근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조금 빠지는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를 당부드립니다.^^

18禁 게임 개발사 가운데서도 전통적인 미연시/비주얼 노블 계열의 대표 주자를 꼽는다면 GIGA를 가장 먼저 이름에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밖에 유수의 개발사는 많습니다만, 물량과 품질을 따졌을 때 '내놓으면 평균은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모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본 메뉴(내용)는 버려두고 사이드 메뉴(코스튬)에만 열을 올리다 사람들의 완벽한 외면으로 그야말로 완벽하게 망해버린 당근식당 주인장은 뭐 내버려 둡니다만. 물론 GIGA도 몇 년 전과 지금 나오는 작품의 수준을 비교하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ショコラ, パルフェ, この青空に約束を―로 이어지는 황금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아무래도 그렇게 됩니다.), 전반적인 퀄리티 저하는 지금의 18禁, 그걸 넘어 전반적인 컨텐츠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기에 특정 개발사 하나만 붙잡고 뭐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여간 2014년 1월에는 마땅한 기대작이 많지 않은 가운데 그나마 눈여겨볼만한 물건이 이 정도입니다.

キスアト는 キスベル부터 시작한 학교 배경 게임의 두 번째 버전입니다. 다만 그 배경이 예고, 정확히는 미술계 고등학교라는 특수계열 학교로 바뀝니다. 'キスアト'라는 제목 자체가 사실 'Kiss + Art'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배경이 이러면 우리나라 막장 전문 배경 드라마가 그렇듯이 '해당 장소에서 연애한다'가 전부인걸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실 '예고에서 연애한다'는 사실은 변하질 않습니다. 이게 없으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단순히 '예고생이 연애한다'라는 단순한 접근으로 이 게임을 바라보기에는 조금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드림하이'의 영향으로 예고에서 벌어지는 시나리오하면 돈 많고 배경 빵빵한 잘난 사람들 왕창에 이런게 없는 사람 소수를 끼워 신데렐라 신드롬 비슷한 흐름을 떠올립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서울 유수의 모 예고가 있지만, 출근 시간에 벤츠와 BMW, 렉서스들 덕분에 교통체증이 빚어진다는 푸념을 스스로 할 정도이니 '예고생 = 돈 많은집 자녀'라는 공식을 심리적으로 무조건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예고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 오는 곳은 아니기에 선천적인 감각이거나 후천적으로 갈고 닦거나 예술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모이며, 그냥 돈 많은 재벌집 자녀들의 사교장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심리적이 아닌 현실적인 부분에서 모든 예고생 = 대한민국 1% 자녀는 아닙니다. 긍정을 할 수 있는 딱 한 가지는 '예술을 배우는 데는 많은 돈이 들고, 순수한 예술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 뿐입니다. キスアト라는 게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 명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게임의 흐름을 관통하는 내용은 결국 '졸업해서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는 주인공을 포함하여 예술을 취미로 하면서 먹고 살고 남을 정도의 재벌집 자녀는 없습니다. 물론 집안 배경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는 하며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힘들게 먹고 살아야 하는 완전한 고학생도 없기에(아르바이트를 하기는 하나 학비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닌 운전면허 취득 비용을 모으거나 DVD 수집같은 취미에 활용합니다.) 최소한 모든 캐릭터의 집안 사정은 최소한 중산층은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비에 대한 부담이나 졸업 후 취업에 대한 고민은 어떠한 시나리오를 고르거나 끊임 없이 나옵니다. 이 게임을 즐기면서 살짝 우울함을 느낀다면 이러한 부분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나오는 캐릭터 가운데 '순수한 예술로 대성하여 잘 먹고 잘 살만한' 가능성을 보이는 사람은 한 명 뿐입니다. 주인공조차 예술가로서 성공할 야망을 품기보다는 졸업 후 취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종의 2류 입체(조각, 공예 등) 전공 학생이며 결국 중소 가구회사에 취직합니다. 평면(회화) 이외에는 아예 손을 대지 말 것을 강요받는 특기생 메인 헤로인 한 명만 순수하게 예술로 먹고 살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 경우는 사실 그 재능도 없다면 시집도 못갈 수준으로 나머지가 문제이긴 합니다만. 그녀의 친구는 그 재능에 내부적으로 좌절하며 주인공 이상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당장 성적만 좋은 역시 2류 입체 전공자입니다. 이 경우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예술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한 끝에 갈 데까지 가지만 예술가의 길이 아닌 정보 전달자, 즉 교사가 됩니다. 정보(동영상, 렌더링 등 디지털 아트 계열)를 전공한 선배는 재능은 충분하지만 천재는 아니기에 꿈은 크지만 역시 바닥부터 굴러야 하는 입장에 섭니다.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서의 예술이 얼마나 힘들고 재능과 감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배우는 데 얼마나 많은 경제적인 희생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렇게 희생을 하면서도 미래가 얼마나 불투명한지 이 게임은 지겹도록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은 게임의 시나리오 진행이 매우 굴곡진 것이 아님에도 플레이어를 즐겁지는 못하게 만듭니다. 어떠한 시나리오를 가더라도 파멸적인 위기는 닥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그림은 남의 시각이 아닌 내 시각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한 트집을 들으며 깨닫게 되거나, 친구의 재능에 대한 질투와 자신의 재능 한계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좌절 및 나름대로의 타협(예술 작품의 창조가 아닌 예술 교육가로 전환)을 얻는 것, 남과 담을 쌓은 인생을 어떻게 조금은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정도입니다. 파멸적인 위기를 사랑의 힘과 노력으로 극복하는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누구나 늘 하는 고민을 극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キスアト가 유쾌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게임이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다른 캐릭터의 행동에 태클을 거는 주인공'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GIGA의 많은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무언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다른 캐릭터들의 행동에 직접 태클을 걸거나 독백 또는 생각의 형식으로 태클을 거는 '대사를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キスアト에서는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 성실한 형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재능 이외에는 삶이 나사가 완전히 빠져버린 메인 헤로인의 태클은 그 친구가 맡는데, 재미있게 딴죽을 거는 것이 아닌 소중한 친구를 지키는 형태로 부족함을 보충하는 모습이기에 재미라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습니다. 더군다나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 네 명 가운데 두 명은 주위로부터 심각한 고립(무시) 상태입니다. 주변으로부터 고립된 캐릭터가 있어도 그것이 흉측한 이유가 아닌 '호의는 있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였기에 주인공이 그것을 긍정적으로 풀어주는 촉매 역할을 하던 다른 게임과 달리 キスアト에서 주인공은 이러한 캐릭터를 모함과 비난으로부터 때로는 험한 모습을 보여가며 막는 방패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남의 재능에 질투를 하게 되는 예술의 특성이라면 특성이지만 각 캐릭터와 주인공, 그리고 그들이 속한 환경이 긍정적으로 묶여있지 못하기에 이 세 존재가 엮이는 과정이 그리 재밌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각 캐릭터의 설정이 '가볍게 나사가 하나 풀린' 차원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네 명의 캐릭터 가운데 둘은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상태이며, 한 명은 딱딱하기는 하지만 나사가 풀리지 않은 성격입니다. 그나마 성격적으로 유쾌한 나머지 한 명도 주인공이 크게 딴지를 걸어야 할 정도로 나사가 풀리지 않았고 능력면에서도 우수합니다. 각자의 상황과 성격이 이러하기에 주인공이 가볍게 각자의 행동에 태클을 걸며 플레이어를 웃길 여지가 그리 남지 못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 게임이 영 나쁜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유쾌하고 즐거운 게임이 아니라는 것일 뿐 너무 불쾌하거나 침울한 내용은 아닙니다. 고민의 레벨이 '부잣집 자녀가 아닌 예고생이 할법한 고민'이기에 출생의 비밀이나 황당한 위기도 없으며 급격한 변화가 아닌 잔잔한 내용을 좋아한다면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를 갖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인생이 망가지는' 경우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이러나 저러나 어떻게든 결론은 나쁘지 않게 평가를 받아 졸업 전에 취직자리는 얻어 놓았고, 나머지 여성 캐릭터도 망가진 인생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비록 장래가 예술가로서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자신의 역량에 맞는 일을 찾거나 희망적인 엔딩은 보여줍니다. 다만 그게 현실적으로 '순수 예술로 밥벌어먹긴 틀린 천재가 아닌 사람이 고를 수 있는 순수 예술이 아닌 범위에서의 희망적인 엔딩'이기에 슬프다면 슬플 뿐입니다.

그밖에 볼만한 것으로는 각 캐릭터들의 스타일입니다. 네 명의 공략 가능 캐릭터 가운데 세 명이 매우 우월한 슴가를 보여주며, 그것에 대해 오히려 불만이라는 묘사가 자주 나옵니다. 메인 헤로인은 중간에 '남친을 얻기 위해 방치했던 외모 가꾸기 재개' 차원에서 헤어스타일을 바꿉니다. 이게 꽤나 파격적인데, 그냥 두갈래로 묶은 머리를 푼 것에 불과한데 무슨 익스텐션 저리가라할 정도의 머리 길이 변화를 보여줍니다. 잘 해야 등 중간에 올까 말까한 것으로 보이는 머리 길이가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마법을 보여줍니다. 그밖에는 우월한 슴가를 갖고 있으면서 시나리오 진행 과정에서 자주 체중에 대해 신경을 쓰는 캐릭터, 거의 매일 약주를 마시며 술냄새(향초로 담근 술이기에 주변에서는 향수로 오인하는)를 풍기는 미드 취향의 덕후성 고1 여학생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묘사가 그렇게까지 웃긴 수준은 아니지만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 게임의 내용을 조금은 가볍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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