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인터넷을 통해 처음 선보인 단편 영화, '다찌마와리'는 지금도 실험 영화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류승완 감독의 첫 영화이자 많은 실험이 담긴 영화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완전 디지털 촬영과 인터넷 무료 공개, 그리고 과거 20대 후반에서 40대들이 어릴 때 즐기던 영화와 TV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내용 구성까지.
지금 새롭게 선보인 '다찌마와리'는 과거의 것과는 이름과 주연배우를 빼면 적어도 비슷한 영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영화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즐기던, 하지만 지금은 싸구려와 불량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너무나
싸구려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오랜만에 한 번 싸구려 영화를 제대로 즐겨 볼까요?
■ D급을 지향하는 C급 영화
이 영화의 홍보 영상은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이 영화는 007의 패러디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총알탄 사나이'의 오마쥬라고 하는 것이 더 옳습니다. 007의 옷을 입은 총알탄 사나이라고 해야 할까요. 총알탄 사나이가 'C급을 지향한 B급 영화' 정도였다면, 다찌마와리는 'D급을 지향하는 C급 영화'에 가깝습니다. 미국의 감성과 대한민국의 감성의 차이입니다만, 적어도 주인장은 이 영화를 저 낮은 단계를 지향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찌마와리는 기승전결과 화면의 완전성을 따지는 관객이라면 분노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저급 영화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의 로케이션은 '관객을 우롱하는' 수준인데, 서울 사람이며 지형에 밝은 사람이면 누구나 '성수대교'로 인식할 수 있는 장면을 떡하니 갖다 놓고 김구 선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올려 놓습니다. 그걸 임진강, 압록강, 두만강이라고 주장하면 아무도 믿지 않죠. 어디 강원도 눈썰매장이나 스키장임이 명백한 곳을 스위스라고 벅벅 우기며 어디 우리나라 대학 건물쯤 되는 곳을 미국의 연구소라고 타이틀을 달아 놓았습니다. 만주라고 한 곳도 한강 어딘가 모래톱이겠죠.
적어도 상식이 있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설명하는 로케이션으로 절대 속아줄 수 없는 이런 장면을 대놓고 올려 놓는 것은 보통 영화라면 관객 모독입니다. 하지만 다찌마와리를 보는 관객은 이것을 보며 화를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대범함에 껄껄 웃어주기까지 합니다. 로케이션을 갈 돈이 없어서, 적어도 티는 안 나게 할 기술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이런 어설픔은 영화의 'D급 감성'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역시 제대로 된 뼈대도 없는 엉성함 그 자체입니다. 줄거리의 뼈대는 이미 알려졌듯이 독립군 정보요원 '다찌마와리'가 군자금 모금 비밀 요원의 명단을 숨긴 저질(14K. 도금에 가깝습니다.) 금불상이 일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경이 너무나 싸구려인 만큼 내용도 고급일 수 없는 법. 내용 진행은 결코 부드럽지 않으며, 전개는 휙휙 넘어갑니다. 결말을 향해 가는 지점의 반전 역시 충격을 받을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따질 것도 없을 정도로 싸구려 냄새가 펄펄 나며, 이 영화의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찾기 위해 눈이 빠져라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아마 땅을 치고 후회할 것입니다.
■ 우리는 싸구려의 감성을 원한다.
다찌마와리는 관객의 당연한 동의하에 관객을 우롱하는 엉성한 내용을 너무나 당당하게 폅니다. 도대체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기에 사람들은 이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을까요? 단순히 허무 개그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어떤 주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닌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으며 과거에 경험한 '싸구려에 대한 감성'을 되살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20대 후반에서 40대에 걸친, 즉, 70년대와 80년대 초중반에 영화를 보고 TV를 보며 뛰어 놀며 자란 사람이라면 그 시대의, 지금은 '싸구려'나 '짜가'로 불릴만한 여러 문화를 체험하며 즐겨 왔습니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고급스러운 것을 지향하고 있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그에 반대되는 싸구려를 원하는 의식이 숨어 있습니다. 항상 정의를 외치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다크 히어로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는 사람들을 대변한 것이 만화 '시티헌터'이며, 그 결과는 만화의 대성공으로서 끝났습니다. '다찌마와리'는 고급/세련됨을 추구하지만 과거에 경험했던 저질, 싸구려 문화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그러한 싸구려에 대한 동경은 너무나 티가 나는 배경과 허술한 시나리오 말고도 60~70년대 스타일의 똥폼 가득한 '빠다 한스푼 떠 먹는 듯한' 느끼한 대사, 쓴웃음까지 나오는 오버 액션, 상식과 동떨어진 행동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눈빛 한 번에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칭 미남이자 쾌남'인 다찌마와리의 마초적인 태도는 21세기의 남여평등 시대에는 거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어릴 때의 그 시절에는 이런 똥폼은 한 번쯤 잡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완전한 더빙의 후시녹음, 콩글리시 수준도 넘은 엉망 외국어를 덧붙이면 이 영화는 완벽한 싸구려가 됩니다.
우리는 '쫀듸기'나 '아폴로', '달고나'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모님이 그렇게 먹으면 혼을 내던 불량식품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먹고도 멀쩡히 잘 살아 있어 이것이 그리 큰 해가 없음을 몸으로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것을 먹으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했듯이 애들을 혼냅니다. 대신 우리 마음 속에 이런 단어는 여전히 '싸구려지만 먹고 싶은' 것으로서 남아 있습니다. 다찌마와리가 보여주는 여러 장면은 우리가 즐겼던 여러 싸구려(?) 문화의 속성을 섞어 놓았습니다.
언론에서 나라 전체가 조폭이 되지 않을까 오버 액션을 떨게 만든 홍콩의 무협액션과 홍콩느와르, 70년대와 80년대 초반에 더빙 녹음이 되어 똥폼을 잡던 '방화'들, '웃으면복이와요'나 '유머1번지'에서 볼 수 있던 슬랩스틱 액션... 이 모든 것은 지금은 세련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 받으며 유행도 지난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최신 3D 기술이 난무하는 영화를 보면서도 과거 그 때를 잊지 못하며, 대학로의 개그를 보면서도 유치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그리워합니다. 과거 다찌마와리는 이런 유치한 싸구려 감성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고, 비록 그 내용을 달라졌을지라도 현재의 다찌마와리 역시 이 점을 그대로 이어 받습니다. 이런 키치(Kitsch)적인 감성을 다시 되살린, 21세기의 실험 영화가 다찌마와리입니다.
■ 전적으로 다찌마와리를 위한 영화
일부 언론에서는 '다찌마와리판 본드걸' 운운하지만 실제로 이 영화는 전적으로 '다찌마와리' 역인 임원희만을 위한 것입니다. 한국의 본드걸로서 언론이 띄워주는 공효진도, 박시연도 임원희를 띄워주기 위한 도구일 뿐 사실상 엑스트라에 불과합니다. 주연으로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않지만, 조연으로서는 여전히 빛이 나는 류승범 역시 이 영화에서는 '좀 자주 나오는 악역' 이상의 무게를 갖지 않습니다.
이런 한 명의 힘으로 굴러가는 영화는 주연의 능력에 따라서 완성도가 정해집니다. 적어도 임원희는 이러한 기대를 전혀 거스르지 않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원하는 영화의 감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 감성을 100% 구현하기 위해 한 몸을 던집니다.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 주제입니다만, 다찌마와리 역으로 임원희 대신 류승범을 뒀다면 이 영화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류승범 역시 영화의 감성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그는 다찌마와리라는 그로테스크한 인물을 그려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류승범의 캐릭터는 어떻게 해도 Loser의 것이기 때문에 '먼치킨(Minchkin)'인 다찌마와리를 그려낼 수는 없습니다.)
어떤 미녀도 눈빛과 말 한 번에 뿅가게 할 수 있으며 지나칠 정도의 폼과 능력을 갖고 있는 먼치킨, 다찌마와리를 그려낼 수 있는 것은 그와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인 임원희가 아니면 그려낼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영웅이나 주인공의 인상과 너무나 다르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 그리고 류승완 감독의 키치적인 감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 그것이 임원희이며 그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공효진도, 박시연도 그저 테이블을 장식하는 장미 한 송이에 불과하며 류승범은 스테이크 접시를 장식하는 파슬리에 불과합니다.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 그들이 당당하게 크게 부각될 정도는 아닙니다.
■ 100분이 즐거운 초 싸구려 영화
100분의 시간은 공간적으로, 내용면에서도 완전히 싸구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리뷰에서 극찬하는 액션 연기 역시 볼만은 하나 그 자체가 영화를 고급으로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화려한 액션 속의 각 인물들의 허술함이 본질에 가깝습니다. 보통 영화였다면 100분동안 관객을 모독하는 내용을 참고 볼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마는, 싸구려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간은 즐거운 시간입니다. 우리가 과거에 봐 왔으며 지금은 마음 속 한 곳에 부정적인 봉인이 붙은 채로 잠든 싸구려 감성을 철저히 이끌어낸, 우리가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을 류승완 감독은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감성은 이제 너무나 오래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미 충분히 화려한 문화를 접하며 자라고 있는 10대들에게는 이 영화는 어설픈 코미디로 비쳐질지 모릅니다. 그것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기엔 너무나 아쉽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특이함을 즐거워 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적어도 '키치'적인 감성이 없다면 이 영화를 절반만 즐기고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6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닭살 돋는 딱딱한 명대사들을 음미해도 좋고, 외팔의 검객같은 액션을 즐겨도 좋습니다. 최대의 웃음을 주는 지저분한 연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으며, 엉터리 외국어와 두 번 나오는 불법 DivX 영화의 자막같은 장면에 미소지어도 성공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본질은 우리 마음속의 봉인한 싸구려 감성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고급 인생인 척 하며 살아도 우리는 여전히 싸구려를 그리워 합니다. 와인의 브랜드와 생산지까지 따지며 풀 코스를 즐기면서도 가끔은 안성탕면 한 그릇이 그리운 것 처럼 말입니다.
■ すくぅ~るメイト
- 아주~~ 조금은 진지해진 카툰 필 XXX 게임 주인장의 지인이신 U모님이 꽤 아끼는 18禁 게임 개발사가 Illusion입니다. 물론 주인장은 그렇게 선호하는 브랜드는 아닙니다. 이 회사는 나름대로 꽤 유명하며 지명도도 높은데, 18禁 게임에서는 매우 드문 3D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에서 2007년 2/4 분기에 내놓았던 3D 게임 가운데
‘すくぅ~るメイト’가 있습니다. 이 회사의 신작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 게임이 나름대로의 변화(?)가 있고 그에 따른 가치를 찾을 수 있어 여기서 짤막하게 1,000자평을 적습니다. 18禁의 3D 버전이 궁금하신 분도 한 번 읽어보면 조금은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른 1,000자평에서도 적은 바 있지만, Illusion의 게임은 내용 면에서는 완벽한
야오이(클라이맥스 없음, 결론 없음, 의미 없음) 3대 덕목(?)을 만족합니다. XXX를 플레이어 관점에서 최대한 자유도 높게 진행하는 데 3D라는 기술은 꽤 효과적이며, 그래서 Illusion은 이 분야에서 확실히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렇지만 XXX를 구현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내용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게임으로서의 뭔가의 내용 흐름을 바라는 사람에겐 완벽한 실망만을 안겨줬습니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게임이 ‘관광’ 만을 소재로 했으니 더욱 그럴 수 밖에요.
또한 3D 기술면에서 독보적(?)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드문 18禁 게임 개발사 사이에서의 이야기일 뿐 이미 미국과 유럽의 3D 기술에 길들여진 사람에겐 버그도 많고 부드럽지도 않은 거친 XXX 그래픽일 뿐이라는 독설을 어떻게 반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냥 XXX를 보고 싶은 사람에겐 동영상을 보는 것이 낫겠다는 푸념이나 듣기 쉬웠습니다.
아무래도 군소 규모의 개발사가 전 세계적인 최신 3D 기술을 따라 잡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3D 18禁 게임으로서 나름대로의 보너스를 안고 이 게임을 바라보기에 ‘나름대로 이해하고’ 3D 그래픽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지, 진짜 이 그래픽이 최신 3D 기술이라고 평가할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어쩌면 Illusion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카툰 렌더링 기법은 사실성을 어느 정도 포기한 대신 사실적이지 않아 덜 어색한 느낌을 주게 만듭니다
すくぅ~るメイト는 출시된 지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Illusion 나름대로 최신 기술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전의 Illusion 게임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았던 어떤 3D 기법을 받아들였습니다. 바로 ‘카툰 렌더링(Cartoon Rendering)’입니다.
카툰 렌더링은 3D 그래픽을 2D 만화 느낌을 주도록 별도의 효과를 입힌 3D 기법입니다. 대부분의 3D는 사실 또는 사실에 가깝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카툰 렌더링은 의도적으로 정 반대로 사실적이지 않은 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그래픽을 만들어 냅니다. 게임에서 카툰 렌더링은 의외로 자주 쓰이는데, 카트라이더나 마비노기 같은 게임이 카툰 렌더링을 이용했습니다.
카툰 렌더링은 사실을 추구하는 3D 본연의 가치에서는 적지 않게 벗어납니다. 그렇지만 18禁 3D 게임에 카툰 렌더링 기술을 도입하면 세 가지 정도의 장점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 3D 그래픽의 저항 감소: 여전히 18禁 게임은 2D 셀 그래픽이 절대적입니다. 또한 많은 18禁 게이머들은 만화같이 귀엽고 아름다운 그래픽을 선호합니다. 지금까지의 Illusion 게임이 마니아를 만들어 내면서도 정작 대중화에 실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내용의 문제도 있지만 3D 그래픽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D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2D 그래픽처럼 귀여운 느낌을 더할 수 있는 카툰 렌더링은 종전 2D 게이머들의 저항감을 줄여 문턱을 한 층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내용 나름입니다만.
- 떨어지는 3D 그래픽의 약점 극복: 정확히 말하면 약점을 극복했다기 보다는 숨긴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Illusion의 3D 기술은 최신 3D 기술에 비해서는 확실히 거칠고 문제가 많습니다. 그런 그래픽에 카툰 렌더링이라는 옷을 입히면 사람들의 인식은 3D의 세밀함을 보기 보다는 만화의 캐릭터나 배경을 보는 것처럼 그 본질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획기적인 3D 기술의 향상 없이도 게임 그래픽에 대한 불만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카툰 렌더링 자체는 정교한 3D 그래픽 본연의 효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도’나 ‘외도’로서 취급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일부 3D 마니아에게 카툰 렌더링 자체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체감 속도의 개선: 카툰 렌더링의 정교하지 않은 느낌은 속도 면에서도 효과를 봅니다. 같은 속도를 내더라도 종전의 3D 그래픽에 비해 카툰 렌더링 3D는 그 체감 속도가 빠르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착시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30fps를 넘지 않는 저속 상황에서도 게임 속도에 대한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용이 여전히 ‘관광’에 집착하고 있다면 카툰 렌더링은 ‘당면에 스파게티 소스 뿌려 먹는’ 언밸런스를 보여줄 것입니다. 그래픽이 부드러워지면 내용도 그만큼 부드러워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すくぅ~るメイト는 ‘야오이’ 수준을 벗지 못했던 게임 내용에 조금은 ‘미연시’의 냄새가 나는 살을 붙였습니다.
주목~ 이 게임은 '좁쌀만하나' 볼만한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이 게임의 주된 내용은 여전히 ‘XXX하기’입니다. XXX를 열심히 하고 열심히 반복하는 것을 즐기며, 거기에서 점수를 얻는 게임인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3D 18禁 게임이 존재하는 목적이 이러한 대리 체감을 할 수 있는 자유도 확보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이상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중간중간 이어지는 부분에 나름대로
미연시 스타일의 스토리를 붙여 넣었습니다. 5명의 캐릭터들의 스토리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으며,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 성향의 이야기입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뭔가 대가를 요구하는 피지 않는 난꽃, 그리고 주인공이 희생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안고 있는 각 캐릭터들, 해피도 배드도 아닌 생각할 여지는 남기는 엔딩 등 비록 그 비중은 매우 크지는 않더라도 게임의 느낌이 종전의 XXX 게임에서 미연시에 가까워진 만큼 그 전까지 나온 게임보다는 확실히 뭔가 살이 붙은 내용을 자랑(?)합니다.
물론 미연시 스타일의 옷은 입었고 카툰 렌더링을 받아들이긴 했으나, 여전히 그래픽은 2D 셀 그래픽처럼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그런 만큼 이 게임이 종전 미연시 마니아들을 3D 18禁 게임 마니아로 돌려 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3D 18禁 게임은 흉악한 그래픽과 더러운 내용만 있다’고 생각할 미연시 마니아의 편견을 조금은 고칠 수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추신: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그래픽카드에 약간 돈을 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픽카드의
Anti-Aliasing 설정에 따라서 게임에서 느껴지는 그래픽 품질이 확 차이가 납니다. AA 옵션을 켜지 않으면 최대 해상도에서도 계단 현상이 꽤 심해 보기가 거북하지만, 8배 수준까지 높여 놓으면 농담을 더해 예술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AA가 없을 때의 그래픽. 원래 이미지를 줄였음에도 계단 현상이 눈에 띕니다. 2배 AA를 줄 경우 줄인 이미지에서는 잘 모르지만 약간의 계단 현상은 남습니다 최신형 그래픽카드에서 할 수 있는 8배 AA를 주면 매우 부드러운 환상적인(?) 그래픽이 나옵니다
안내: 본 블로그의 18禁 관련 입수보고/칼럼은 '언더그라운드 문화 웹진' 18禁.net(
www.18gold.net)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下級生 オリジナル復刻版
- 추억은 아름답지만 되돌려본다고 느낌이 같지는 않은 것
소싯적에 ‘同級生’을 몰래 플레이하며 18禁 세상에 먼저 진입했던 분들 가운데 대부분은 이미 30대에 접어들었으며, 애 아버지로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일본에서 비밀리에 넘어온 이 게임은 비록 조선일보 같은 애국(?)적인 신문들은 싫어했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세상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lf는 지금은 여러모로 한 물 갔습니다만, 내용면에서 뛰어난 게임을 적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同級生’, ‘同級生2’, ‘下級生’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말 그대로 ‘미연시’로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DOS(DOS/V, PC98) 시절의 게임이지만, 윈도우용으로도 리메이크 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의 리메이크는 조금 다른데, DOS용 下級生을 사실상 윈도우용으로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복각판’이기 때문입니다.
(주석: DOS용에 기반을 두지 않는 유일한 타이틀은 ‘下級生2’입니다만, 이 게임은 ‘어떤 설정’ 하나 때문에 지금까지 먹을 욕은 다 먹어야 했습니다. ‘어떤 설정’이 나름대로 입소문을 불러오긴 했지만, 적어도 작품으로서의 평가를 할 때는 ‘없는 것이 백배 나은’ 것이었음은 분명합니다.
지금 세상을 투영하여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면 그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만.)
下級生은 이미 윈도우용으로 완전 리메이크 버전이 나와 있습니다. 리메이크라고 해도 음성을 더하고 그래픽을 완전히 새롭게 한 정도일 뿐 내용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지만(내용에 변화를 준 것은 ‘同級生의 리메이크뿐입니다. 그것도 원본이 워낙 부실했던 엔딩부에 살을 붙인 정도입니다.) 이것을 복각판이라고 부르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복각(Reissue)는 단종된 것을 다시 내놓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래픽을 완전히 바꿀 정도면 내용이 같아도 복각이 아닌 리메이크가 되기 때문입니다.
下級生 오리지널 복각판(이후 下級生 복각판)은 DOS 시절의 下級生을 현재의 윈도우 운영체제에 맞게 거의 그대로 옳겨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버전 역시 순수한 복각은 아닙니다. DOS 시절에는 없던 음성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만 DOS 시절 수준 그대로일 뿐 구성 요소는 ‘DOS 시절 下級生 + 下級生 리메이크’ 수준입니다.
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는 만큼 DOS/V나 PC98에서 下級生을 하던 분들이라면 과거의 추억을 맛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지금도 VMWare나 VirtualBox같은 가상 PC를 쓰면 DOS용 下級生을 지금도 즐길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이런 귀찮을 일을 하기엔 나이를 먹어 생긴 귀차니즘이 너무나 심합니다. 그런 귀찮음 없이 윈도우에서 과거 下級生의 그래픽과 내용을 그대로(음성이 들어가 조금 더 생생해지긴 했습니다만) 즐길 수 있는 점은 복각판의 매력입니다.

노동 착취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단무지(?) 마스터
우리는 이미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 성인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웃는 얼굴로 노동 착취를 서슴지 않는
로리타 취향 변태 마스터, 친우/재수 없는 넘/존재감 없는 오덕후로 이뤄진 남자 캐릭터, 그리고 일개 기숙사생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학교 바깥에서의 외연 등… 下級生은 비록 전작들만큼의 임팩트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줄어든 감동 대신 크고 작은 재미 요소를 더했습니다. 짧은 방학 기간이 아닌 1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시간 흐름, 돈을 벌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를 만든 아이템 시스템, 크게 늘어난 여성 캐릭터 등
‘턴 방식 미연시’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작은 재미를 끊임 없이 준 게임입니다.
下級生의 내용을 사실상 망각하고 있었다면
나름대로 추억을 되살리며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DOS 시절과 동일한 조작 시스템, 그래픽 수준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픽이 DOS 시절의 것이니 지금으로서는 매우 열악한 수준입니다만 그렇기에 더 끌리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下級生 복각판이 노린 것은 어찌 보면 여러모로 열악했던 과거에 대한 추억, 화려하지만 내용이 없는 현재에 대한 아쉬움을 노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변한 것이 없어 정겨운 것이 있는 반면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은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과거는 추억으로서 조금씩 희미해져 가기에 즐거운 것이지, 그 과거를 지금 그대로 재현했을 때도 즐겁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머리와 몸은 아저씨의 것이 되어 버렸으며 우리가 경험한 기술은 너무나 화려해졌습니다. 적어도 지금 이 게임을 다시 해봤을 때 소싯적의 그 느낌을 되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해도 좋습니다. 우리가 흘려 보낸 시간은 우리를 너무나 바꿔 놓았습니다.
그래서 下級生 복각판은 반갑긴 합니다만 그 이상의 가치는 부여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DOS가 돌아가는 PC에서 下級生을 돌렸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는 그 때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下級生 복각판을 하면서 열악한 그래픽과 부실한 엔딩 시나리오를 보여 쓴 웃음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 점에서는 下級生 리메이크나 下級生2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 게임은 적어도 우리의 발전과 함께 발전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 모습은 다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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